추천·비교

아티산 vs 아티산 퓨어 — 플랭커는 정말 다른 향수인가

존 바바토스 아티산과 아티산 퓨어를 둘 다 쓰면서 비교했습니다. 같은 조향사가 8년 간격으로 만든 원작과 플랭커가 실제로 얼마나 다른지, 둘 다 살 필요가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원작 아티산. 퓨어와는 라탄 색이 달라 라벨 없이도 구분됩니다
원작 아티산. 퓨어와는 라탄 색이 달라 라벨 없이도 구분됩니다

향수를 고르다 보면 이런 상황을 자주 만납니다. 원작이 있고, 이름 뒤에 단어 하나가 더 붙은 버전이 또 있습니다.

Artisan
Artisan Pure

둘 다 살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면 하나만 사도 될까요. 둘 다 쓰면서 확인한 답을 적습니다.

플랭커가 뭔가

원작이 성공하면 브랜드가 내놓는 파생 제품을 **플랭커(flanker)**라고 부릅니다.

흔한 오해가 **“플랭커는 원작을 진하게 만든 버전”**이라는 것인데, 대부분 사실이 아닙니다. 조합 자체를 다시 짠 별개의 향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두 제품이 딱 그 사례입니다. → 향수 이름 읽는 법

기본 정보

아티산아티산 퓨어
출시20092017
조향사로드리고 플로레스루로드리고 플로레스루 (동일)
계열시트러스 아로마틱시트러스
부향률EDTEDT
용량125ml125ml

같은 조향사가 8년 뒤에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 같은 주제를 다시 풀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라벨을 안 봐도 구분됩니다

두 병을 나란히 놓으면 라탄 색이 다릅니다.

존 바바토스 아티산 — 진한 노란색 라탄과 청회색 캡
원작 아티산. 라탄이 진한 노란색이고 캡은 청회색입니다
존 바바토스 아티산 퓨어 — 흰색에 가까운 라탄과 짙은 갈색 캡
아티산 퓨어. 라탄이 흰색에 가깝고 캡은 짙은 갈색입니다

색만 다른 게 아니라 엮은 방식도 다릅니다. 원작은 촘촘하게 짜여 있고, 퓨어는 간격이 넓고 거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중고 거래나 선물로 받았을 때 라벨이 지워져 있어도 구분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두 병 다 125ml라 크기로는 구별이 안 되거든요.

노트 구성 비교

단계아티산아티산 퓨어
탑클레멘타인, 탠저린, 마조람, 타임클레멘타인, 레몬, 만다린, 베르가못, 타임, 마조람
미들오렌지블라썸, 진저, 라벤더, 자스민쁘띠그레인, 진저
베이스머스크, 우디, 앰버우디, 머스크, 앰버, 오리스 루트

구성만 보면 방향이 분명합니다.

퓨어는  시트러스를 늘리고  →  꽃을 덜어냈습니다

원작의 라벤더·자스민·오렌지블라썸이 빠지고, 시트러스가 2종에서 4종으로 늘었습니다. 이름의 Pure는 **“더 진하다”가 아니라 “더 단순하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노트표와 실제 체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직접 써본 기록입니다.


직접 비교

항목아티산아티산 퓨어
첫인상시트러스 + 허브시트러스가 더 강함
잔향우디 느낌깔끔하게 옅어짐
성격복잡하고 무게가 있음단순하고 깨끗함
지속력조말론보다 김조말론보다 김
확산력조말론보다 셈조말론보다 셈

실제로 얼마나 다른가

노트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실제 체감과 일치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드문 일입니다.

퓨어는 시트러스가 확실히 더 강합니다. 시트러스가 2종에서 4종으로 늘어난 게 그대로 느껴집니다. 반대로 원작은 잔향에서 나무 느낌이 올라옵니다. 베이스 구성은 비슷한데, 원작 쪽이 미들의 라벤더·자스민을 거쳐 내려오면서 더 두껍게 느껴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티산       시트러스로 시작해 → 우디로 끝남
아티산 퓨어   시트러스로 시작해 → 시트러스로 끝남

“같은 향수의 다른 버전”보다는 “방향이 다른 두 향수”에 가깝습니다. 뼈대는 공유하는데 끝나는 지점이 다릅니다.

지속력과 확산력은

둘 다 비슷합니다. 그리고 둘 다 조말론 콜로뉴(약 6시간)보다 확실히 길고 셉니다.

같은 EDT 표기라도 브랜드에 따라 체감이 이렇게 다릅니다. 부향률 표기를 절대적으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 향수 부향률 완전정리


둘 다 살 필요가 있나

하나면 충분합니다. 끝나는 지점이 다르니, 어느 쪽 마무리를 좋아하는지로 고르면 됩니다.

우디 잔향이 좋다      →  아티산
깔끔한 시트러스가 좋다  →  아티산 퓨어
사계절 한 병이 필요하다 →  아티산 퓨어

둘 다 가질 가치는 계절을 나눠 쓸 때 생깁니다. 가을·겨울엔 원작, 나머지는 퓨어 식으로요.

다만 125ml짜리 두 병은 다 쓰기 어려운 양입니다. 향수는 개봉 후 1~3년이면 변질되기 시작하니, 처음이라면 하나로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 향수 보관법과 유통기한

그리고 — 둘 다 첫 향은 진합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경고입니다.

두 향수 모두 뿌린 직후가 꽤 진합니다. 저는 그 구간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향에 예민하다면 둘 다 권하지 않습니다.

비교 대상이 있으면 더 분명해집니다. 제가 함께 쓰는 조말론 콜로뉴와 비교하면, 첫 향의 깨끗함은 조말론이 훨씬 낫습니다. 조말론은 뿌린 직후가 기분 좋은데, 이쪽은 참고 넘겨야 하는 구간입니다.

대신 끝은 존 바바토스가 깊습니다. 조말론은 은은하게 옅어지는 반면, 아티산은 나무 느낌으로 성격이 바뀝니다.

첫 향의 깨끗함   조말론  >  존 바바토스
잔향의 깊이      존 바바토스  >  조말론
존재감·지속력    존 바바토스  >  조말론

“오늘 향수 뿌렸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 존 바바토스이고, 아무도 눈치채지 않기를 원한다면 조말론입니다. 관련 기준은 은은한 향수 고르는 법에 정리해 뒀습니다.

하나만 고른다면 — 퓨어

한 병만 가질 거라면 퓨어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티산    가을·겨울에 맞습니다.  여름엔 첫 향이 더 부담스러워집니다
퓨어      계절을 안 가립니다.    아무 때나 써도 무리가 없습니다

원작이 더 깊긴 한데 쓸 수 있는 시기가 제한됩니다. 한 병으로 사계절을 보내야 한다면 활용도가 높은 쪽이 맞습니다.

원작은 두 번째 병으로 좋습니다. 가을·겨울에 꺼내는 용도라면 우디 잔향이 확실한 강점이 됩니다.

상황별로 나누면

상황추천이유
사계절 한 병퓨어계절을 안 가립니다
가을·겨울아티산우디 잔향이 계절과 맞습니다
여름퓨어원작은 첫 향이 더 부담스러워집니다
사무실둘 다 1회만조말론 감각으로 뿌리면 과합니다
“오늘 향수 뿌렸네” 소리를 듣고 싶을 때둘 다존재감이 확실합니다
첫 향이 중요한 자리둘 다 비추천탑 노트가 두 향수의 약점입니다
향에 예민한 사람둘 다 비추천첫 향이 진해 머리가 아플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계절별 향수 선택법과 TPO별 향수 고르기에 정리해 뒀습니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것

플랭커를 고를 때 적용할 수 있는 교훈입니다.

① 수식어를 믿지 마세요

Pure는 “순수한”이지만 실제로는 “시트러스를 늘리고 꽃을 뺐다”는 뜻이었습니다. Intense, Elixir, Absolu도 마찬가지로 브랜드마다 의미가 다릅니다.

② 노트표를 비교하면 방향이 보입니다

무엇이 추가되고 무엇이 빠졌는지를 보면, 적어도 어느 쪽으로 틀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③ 그래도 결국 맡아봐야 합니다

노트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켜도 체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원작이 좋았다고 플랭커도 좋으리라 기대하지 마세요. 따로 시향해야 합니다.

④ 소분으로 확인하는 게 가장 쌉니다

둘 다 125ml입니다. 한쪽이 안 맞으면 손실이 큽니다. → 디캔트 완전정리

정리

플랭커는 원작의 “더 진한 버전”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조향사가 만들었는데도 끝나는 지점이 다릅니다. 원작은 우디로, 퓨어는 시트러스로 마무리됩니다.

**Pure는 “더 진하다”가 아니라 “더 단순하고 깨끗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름에 붙은 단어의 의미는 브랜드마다 다르니, 글자만 보고 추측하지 마세요.

하나만 산다면 퓨어를 권합니다. 계절을 안 가려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원작은 가을·겨울용 두 번째 병으로 좋습니다.

그리고 두 향수 모두 첫 향으로 판단하면 손해입니다. 매장에서 맡고 바로 고르지는 않았을 향수들입니다. 시향은 최소 30분~1시간 뒤에 판단하세요. → 향수 시향 제대로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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