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처음 살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이름 뒤에 붙은 알파벳입니다. 같은 향수인데 EDT와 EDP가 따로 있고, 가격도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은 다른 향이 아니라 같은 계열의 다른 농도입니다. 그리고 농도가 높다고 항상 더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부향률이란
향수는 향료를 알코올에 녹여 만듭니다. 이때 전체 용액에서 향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부향률입니다. 부향률이 높으면 향이 진하고 오래 남지만, 그만큼 무겁게 느껴집니다.
| 이름 | 약자 | 부향률 | 대략적 지속력 |
|---|---|---|---|
| 오 드 코롱 | EDC | 2~5% | 1~2시간 |
| 오 드 뚜왈렛 | EDT | 5~15% | 3~5시간 |
| 오 드 퍼퓸 | EDP | 15~20% | 5~8시간 |
| 퍼퓸 / 엑스트레 | Parfum, Extrait | 20~40% | 8시간 이상 |
지속력은 부향률 외에도 향 계열, 피부 상태, 날씨, 뿌린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위 표는 기준점으로만 보시면 됩니다.
같은 향의 EDT와 EDP는 실제로 다릅니다
여기가 오해가 많은 지점입니다. EDP는 EDT를 그냥 진하게 만든 게 아닙니다. 조합 자체를 다시 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농도를 올리면 무거운 베이스 노트가 더 강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려고 향료 비율을 조정합니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EDT와 EDP를 나란히 맡아보면 이런 차이가 납니다.
- EDT — 첫인상이 밝고 가볍습니다. 시트러스나 아쿠아틱 계열의 상쾌한 탑노트가 살아 있습니다.
- EDP — 첫인상부터 묵직하고, 우디·앰버·머스크 같은 베이스가 앞으로 나옵니다.
즉 취향에 따라 EDT가 더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싼 쪽이 더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럼 뭘 사야 하나
상황별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EDT를 추천하는 경우
- 여름, 또는 더운 실내에서 주로 쓸 때
- 사무실·학교처럼 사람이 가까이 있는 공간
- 향수가 처음이라 강한 향에 익숙하지 않을 때
- 상쾌하고 가벼운 향을 좋아할 때
EDP를 추천하는 경우
- 가을·겨울, 또는 야외 활동이 많을 때
- 저녁 약속, 격식 있는 자리
- 자주 덧뿌리는 게 번거로울 때
- 깊고 따뜻한 향을 좋아할 때
퍼퓸(엑스트레)을 추천하는 경우
- 이미 그 향을 확실히 좋아한다고 확인했을 때
- 한두 번 뿌려 하루를 버티고 싶을 때
퍼퓸은 용량이 작고 가격이 높아서, 입문용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시향 없이 사면 실패 비용이 큽니다.
가격을 비교하는 방법
용량이 달라서 정가만 보면 비교가 안 됩니다. 1ml당 가격으로 환산해 보세요.
- EDT 100ml 12만원 → 1ml당 1,200원
- EDP 50ml 11만원 → 1ml당 2,200원
EDP가 2배 가까이 비쌉니다. 다만 부향률이 높아 한 번에 뿌리는 양이 적어도 되므로, 실사용 기준 비용은 격차가 줄어듭니다. 그래도 처음 사는 향수라면 EDT 쪽이 실패했을 때 손실이 작습니다.
정리
- EDT와 EDP는 농도 차이이고, 조합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 진한 쪽이 더 좋은 게 아니라, 상황과 취향에 맞는 쪽이 좋은 것입니다
- 처음이라면 EDT부터, 그리고 가능하면 소분(디캔트)으로 시험해 보세요
- 가격은 1ml당으로 환산해서 비교하세요
부향률을 알고 나면 다음으로 볼 것은 노트 구조입니다. 왜 뿌린 직후와 세 시간 뒤의 향이 완전히 다른지가 여기서 설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