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기초

천연 향료와 합성 향료 — 향수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향수의 재료는 꽃에서 뽑은 것과 실험실에서 만든 것으로 나뉩니다. 추출 방법, 왜 어떤 꽃은 향을 뽑을 수 없는지, 그리고 천연이 항상 더 좋은 게 아닌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천연 향료 100%“라는 문구를 보면 좋은 향수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향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있다 해도 더 좋은 향수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향수의 재료를 알면 이 문구가 왜 마케팅에 가까운지 보입니다.

향수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향수 한 병은 대략 이렇게 구성됩니다.

성분비율역할
알코올 (에탄올)60~90%향료를 녹이고, 휘발하며 향을 퍼뜨림
향료 (fragrance oil)2~40%향 자체. 이 비율이 부향률
정제수소량농도 조절
고정제·안정제소량향의 지속, 변질 방지

여기서 향료가 핵심이고, 이게 다시 천연 향료와 합성 향료로 나뉩니다.

부향률에 대해서는 향수 부향률 완전정리에 정리했습니다.


천연 향료 — 자연에서 뽑아내기

식물이나 동물에서 향 성분을 추출한 것입니다. 문제는 추출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추출 방법 5가지

① 수증기 증류 (Steam Distillation)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입니다. 원료에 수증기를 통과시켜 향 성분을 함께 날려 보내고, 식혀서 기름과 물을 분리합니다.

  • 얻는 것 에센셜 오일 + 부산물로 방향수(장미수, 오렌지플라워워터)
  • 쓰는 원료 라벤더, 로즈마리, 페퍼민트, 시더우드, 백단
  • 한계 열에 약한 꽃은 향이 변합니다

② 압착 (Expression / Cold Press)

껍질을 물리적으로 눌러 짜냅니다. 열을 쓰지 않아 향이 그대로 보존됩니다.

  • 쓰는 원료 레몬, 오렌지, 베르가못, 자몽 — 시트러스 전용
  • 시트러스 향이 유독 생생한 이유가 이 방법 때문입니다

③ 용매 추출 (Solvent Extraction)

열에 약한 꽃에 씁니다. 헥산 같은 용매로 향 성분을 녹여낸 뒤 용매를 날립니다.

꽃 + 용매  →  콘크리트(concrete, 왁스가 섞인 반고체)
콘크리트 + 알코올  →  앱솔루트(absolute)

앱솔루트는 에센셜 오일보다 원료의 향에 가깝고 진합니다. 자스민 앱솔루트, 로즈 앱솔루트처럼 라벨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쓰는 원료 자스민, 장미, 튜베로즈, 미모사

④ 앙플뢰라주 (Enfleurage)

무취의 동물성 지방에 꽃을 얹어 향을 옮기는 방법입니다. 며칠마다 꽃을 갈아주며 반복합니다.

노동력이 너무 커서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그라스에서 시연용으로 남아 있습니다.

⑤ 초임계 CO2 추출

고압으로 액체 상태가 된 이산화탄소를 용매로 씁니다. 열을 거의 쓰지 않고 유기용매 잔류물도 없어서 가장 깨끗한 향을 얻습니다. 설비 비용이 높습니다.

천연 향료가 비싼 이유

숫자로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 로즈 오일 1kg을 얻으려면 장미 꽃잎 3~4톤이 필요합니다
  • 자스민은 향이 밤에 가장 강해서 새벽에 손으로 따야 합니다
  • **오리스(아이리스 뿌리)**는 수확 후 3~5년 건조·숙성을 거칩니다. 향료 중 최고가에 속합니다
  • **아가우드(우드)**는 침향나무가 특정 곰팡이에 감염돼야 생성됩니다. 자연 상태에서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천연 향료는 작황에 따라 매년 품질과 가격이 달라집니다. 조향사에게는 이게 큰 문제입니다.

뽑을 수 없는 향 — 뮤트 플라워

여기가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어떤 꽃은 향이 분명히 있는데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 은방울꽃 (뮤게)
  • 라일락
  • 제비꽃 (바이올렛)
  • 프리지아
  • 치자꽃 (가데니아) — 매우 어렵습니다

향 성분이 너무 적거나, 추출 과정에서 파괴되거나, 향 자체가 물리적으로 붙잡히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런 꽃을 **뮤트 플라워(mute flower, 침묵하는 꽃)**라고 부릅니다.

그럼 은방울꽃 향수는 어떻게 만드나. 합성 향료로 재현합니다.

헤드스페이스(headspace) 기술을 씁니다. 살아 있는 꽃에 유리 용기를 씌워 공기를 모으고, 그 공기의 성분을 분석해서 실험실에서 조합하는 방식입니다. 꽃을 꺾지 않고 향을 “복사”하는 셈입니다.


합성 향료 — 실험실에서 만들기

19세기 후반 화학의 발전으로 등장했습니다. 자세한 역사는 향수의 역사에 정리했습니다.

왜 필요한가

합성 향료를 “가짜”로 여기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 이유는 다섯 가지입니다.

① 자연에 없는 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알데하이드(샤넬 No.5의 비누 같은 맑음), 칼론(바다·오존 느낌), 이소 E 슈퍼(투명한 나무 느낌) 같은 향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대 향수의 상당 부분이 이런 향료 위에 만들어졌습니다.

② 뽑을 수 없는 향을 재현합니다

위의 뮤트 플라워가 여기 해당합니다.

③ 품질이 일정합니다

작황과 무관하게 같은 향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대량 생산 향수에는 필수 조건입니다.

④ 윤리 문제를 해결합니다

과거에 쓰인 동물성 원료는 대부분 합성으로 대체됐습니다.

원료출처현재
앰버그리스 (용연향)향유고래합성 앰브록산
사향 (머스크)사향노루합성 무스크
시벳사향고양이합성
캐스토리움비버합성

지금 향수에서 “머스크”라고 하는 건 거의 전부 합성 무스크입니다.

⑤ 지속력이 좋습니다

합성 무스크나 앰브록산 같은 향료는 천연 원료보다 오래 남습니다. 베이스 노트에서 향을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향수 지속력을 늘리는 방법에서 다룬 지속력의 상한이 대부분 이런 성분에 달려 있습니다.

대표적인 합성 향료

향료느낌등장
쿠마린건초, 아몬드의 달콤함1868
바닐린바닐라1874
이오논제비꽃, 파우더1893
알데하이드비누처럼 맑고 반짝임샤넬 No.5 (1921)
헤디온투명한 자스민, 공기 같은 질감오 소바쥬 (1966)
이소 E 슈퍼은은한 나무·벨벳1970년대~
칼론바다, 오존, 물아쿠아틱 계열의 근원
앰브록산마르고 따뜻한 앰버, 살결 같은 잔향앰버그리스 대체

천연이 항상 더 좋은가

아닙니다. 이 인식은 사실과 다릅니다.

①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천연 쪽에 더 많습니다

국제향료협회(IFRA)가 규제하는 원료 중 상당수가 천연입니다. 오크모스는 접촉성 알레르기 때문에 강하게 제한됐고, 베르가못의 푸로쿠마린 성분은 광독성(햇빛에 반응해 피부를 자극)이 있어서 제거한 형태로 씁니다.

② 천연 원료는 성분이 복잡해서 통제가 어렵습니다

에센셜 오일 하나에 수백 개의 화합물이 들어 있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합성 향료는 단일 물질이라 안전성 평가가 명확합니다.

③ 환경 부담도 고려해야 합니다

로즈 오일 1kg에 장미 3~4톤입니다. 천연 원료를 대량으로 쓰는 것이 항상 친환경은 아닙니다. 백단이나 아가우드는 남벌로 멸종 위기에 놓였습니다.

결론: 좋은 향수는 천연이냐 합성이냐가 아니라, 배합이 좋은 향수입니다. 명작으로 불리는 향수들은 대부분 천연과 합성을 함께 씁니다.

향료는 누가 만드나

향수 브랜드가 향료까지 직접 만드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전문 향료 회사에서 조달합니다.

  • 지보당 (Givaudan) — 스위스
  • DSM-피르메니히 (DSM-Firmenich) — 스위스
  • IFF (International Flavors & Fragrances) — 미국
  • 심라이즈 (Symrise) — 독일

이 회사들이 향료를 개발하고, 소속 조향사가 브랜드의 의뢰를 받아 향수를 만듭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 향수 대부분이 이 구조에서 나왔습니다.

정리

  • 향수는 알코올 + 향료이고, 향료는 천연과 합성으로 나뉩니다
  • 천연 추출법: 증류 / 압착 / 용매추출(앱솔루트) / 앙플뢰라주 / CO2
  • 은방울꽃·라일락·제비꽃은 추출이 불가능해서 합성으로 재현합니다
  • 합성 향료는 자연에 없는 향, 안정성, 윤리, 지속력 때문에 필수입니다
  • 동물성 원료는 거의 전부 합성으로 대체됐습니다
  • 천연이 더 안전하거나 더 좋은 게 아닙니다. 알레르기 규제 대상은 천연 쪽에 더 많습니다

“천연 100%“보다 **“이 향이 나에게 맞는가”**가 훨씬 중요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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